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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쿠팡 망한다’ 전에 ‘왜 승승장구?’ 고민할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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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직전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 깜짝 놀랐습니다. 평소 쿠팡을 자주 이용하는 주인 습성을 잘 아는 휴대폰은 ‘쿠팡은 추석에도 새벽배송’이란 광고를 떡하니 띄워줬죠. 추석 전날 밤에 주문을 하면 추석 당일 새벽 문 앞에 주문품이 ‘똬~악’ 도착해 있을 거라니. 상상만 해도 짜릿한 감정은 이내 “쿠팡맨은 그럼 언제 쉬어?”라는 질문으로 이어졌습니다. 사실 쓸데없는 오지랖이죠. 추석에 일하고 더 높은 보수를 받기 원하는 사람도 있을 테니까요.

쿠팡에 놀란 건 처음이 아닙니다. 한 달에 2900원을 내고 로켓와우 멤버십에 가입하면 1만원짜리 물건을 밤 11시 59분에 주문해도 다음 날 새벽 집 앞에 대령해주니 놀라지 않을 고객이 어디 있을까요. 심지어 같은 제품을 로켓배송을 이용할 때 더 저렴합니다. 로켓배송 제품은 쿠팡이 직매입해 보내는 것인 만큼 대량 매입에 따른 가격 혜택이 가능하다는 설명이 붙더군요.

한번은 제품이 깨져 왔습니다. 일요일 새벽이었던 터라 당연히 고객센터 전화는 안 될 테고, 1 대 1 Q&A나 등록해볼까 하고 앱을 열었습니다. 중간에 AI 채팅을 하라는 메시지가 뜨길래 한번 들어가봤다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깨진 제품 사진도 필요 없었습니다. 왜 교환하고 싶은지 이유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저 교환을 원한다 등 클릭 몇 번에 바로 교환 처리가 완료되지 뭡니까. 다른 사이트에서 AI 채팅을 하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를 반복하는 AI에 지쳐 휴대폰을 던져버릴까 하던 기억이 오버랩됐습니다. 게다가 다음 날 새벽 깨진 제품을 반품하기도 전에 바로 교환 제품을 배송받았습니다. ‘뭘 믿고 제품 먼저 보내주지?’라는 질문은 ‘쿠팡의 고객을 보는 시선’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고요.

사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쿠팡에 2조원을 투자했을 때만 해도 “완전 미쳤군” 했습니다. 쿠팡맨 등 온갖 문제로 바람 잘 날이 없을뿐더러 적자투성이인 회사가 ‘너무 심하게 고평가돼 있다’고도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쿠팡을 응원합니다. 저와 같은 소비자가 한둘일까요. 매경이코노미가 이번 주 진행한 ‘유통 경쟁력 애널리스트 설문조사’에서 쿠팡이 가격 경쟁력과 디지털 경쟁력, 접근·편의성(배달) 3개 부문에서 모두 1위에 오른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경쟁사들은 쿠팡 깎아내리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심지어 “고객들이 쿠팡에 더 많이 주문해줬으면 좋겠다. 그래야 쿠팡이 더 빨리 망할 테니까”라며 ‘쿠팡은 망할 수밖에 없는 모델’이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대한민국에 지금까지 쿠팡처럼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유통 채널이 또 있었을까’ 싶습니다. (딱 하나 있었죠. 대형마트의 위기라는 요즘에도 승승장구하는 코스트코입니다.) 쿠팡이 망하지 않고 성공 모델로 우뚝 섰으면 합니다. 쿠팡의 성공이 한국 유통이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김소연 부장 sky659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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